Books/책을 읽다가 문득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읽다가
Jiny :D
2011. 5. 27. 13:21
이사람.
자극적이다.
라는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IT일을 하면서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자극받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 사람보다는 기술이, 과정보다는 일단 성과가 중시되는 일을, 그것도 엄청 바쁘고 치열하게 하고 있기 때문일까.
책 한권을 다 옮겨놓고 싶을정도로,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짧은 탄식과 번쩍하며 눈이 떠지는 일의 반복이었다.
아래 구절은 언젠가, 신문이었나 잡지었나 하는 매채를 통해 접했던 일화중의 하나로, 역시나 이 책에도 실려있었다.
헤드 카피는 '저는 한국말로 말하겠습니다'였다.
"제가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 영어로 말하는 순간 제 지적 수준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석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으로서 석사 학위를 가진 지적 수준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말하려 합니다. "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 말에서 이날 강의의 분위기를 조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 말하려면 한국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는 '당당하다'라는 낱말이 필요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모국어를 사용함으로써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표현하겠다는 선언으로 시작한 것은 아주 적절해 보였다. 동시통역을 거치면서 조금은 바뀔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번역은 늘 반역이기도 하니까) '원본'의 손상을 걱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박웅현은 영어를 씀으로써 '원본' 자체의 손상을 스스로 감수하기보다는(하고싶은 말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기보다는) 온전한 '원본'을 제공했다.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79페이지 8째줄
나의 모국어임에도 평생 한국말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고, 절대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어와 일어의 끈도 놓지 않고 싶은 나의 생각이 항상 딱 저것이었다.
내가 나의 마음과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려면, 영어도 일어도 아닌 '한국말'이어야 한다고.
오랜만에,
새로운 열정이 생기고,
기운이 솟아난다.
나의 이 글의 요지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책에서 발췌한 한 단락을 더 적어보련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살인은 불법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살인하는 장면을 찍는다면 <뉴스위크>표지에 실릴지도 모릅니다. 퓰리처 상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섹스는 합법적인 것입니다. 모두가 하고 있는 것이고,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섹스하는 장면이나 그저 여자 나체 사진만 찍어도 감옥에 갇힙니다.
I have a thought for you. Murder is illegal. But you take a picture or somebody committing the act of murder, they'll put you on the cover of Newsweek. You might even win a Pulitzer Prize. Sex is legal. Every-body's doing it, or everybody wants to be doing it huh? Yet you take a picture of two people in the act or sex, or just take a picture of a woman's naked body and they'll put you in jail.
영화 <래리 플린트>의 래리 플린트의 연설 장면 앞부분.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77페이지 5째줄
유연하고 비판적인 사고.
신선한 관점.
아직, 나에게는, 갈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