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개발자의 저장공간

 

 

 

 

이 책에 대한 첫 기억을 불러보자면 내가 아직 대학생이던 시절, 시험이 가까워오던 어느 날 전공공부를 미뤄두고 학교 도서관에 앉아 내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새삼 다시 읽고싶어져 새 책을 다시 구입했다. 민음사에서 나온 밀란 쿤데라 전집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흰색 하드커버가 90%쯤, 나머지는 언젠가 이 전집을 다 사모을 것 같은 기분에서였다.

 

근 10년을 바라보는 나의 사회생활에서, 나는 주변 사람들 개개인의 특성과 어떤 집단, 그리고 그 집단에서 다시금 다르게 표현되는 개개인의 특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었다. 그 특성들은 주로 말로써 드러나고, 어떤 단어, 어떤 수식어, 어떤 어조로 말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는 셀 수 없이 많은 의미로 남는다. 그런 막연한 느낌들을 이렇게 글 속에 날카롭게 녹인 책들을 읽게되면 나는 감탄을 하다못해 가끔 무섭기까지 한 기분이다.

 

 

'농담'의 무거움.

농담은 늘 어느 한부분 이상의 진실을 투영하고 있고, 그것이 농담인지에 대한 여부는 듣는 사람의 상황과 가치관이 결정하고, 농담의 결과또한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 곳곳에 묘사되고 있는 시대적인 상황을 다 제외시키고 읽는다 하여도 그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신은 광부, 나는 벽돌공. 우리의 운명은 상당히 비슷한데 우리 둘은 얼마나 다른가요! 나는 용서하며 사는데 당신은 화해할 줄을 모르고, 나는 평화적인데 당신은 반항적이에요. 우리는 겉으로는 그토록 닮았는데, 저 깊은 곳에서는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요!

 

당신은 나보다 이러한 내적 거리에 대해 훨씬 모르고 있었어요. 당에서 축출된 이야기를 내게 상세히 설명해 주면서 당신은 내가 너무도 당연히 의견이 같으리라고, 또 동지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농담을 좀 했다고 해서 그들이 그렇게 편협하게 처벌을 가한 데 대해 내가 기막혀 하리라고 굳게 믿었지요. 그게 어디 화를 낼 만한 일인가요? 당신은 진심으로 이상해하며 이렇게 물었어요. "

- 농담 403P

 

 

 

루드비크가 던졌던 그 한마디의 농담이 과연 누구에게 농담이었던 것일까.

이 일을 다 겪고난 후의 루드비크의 삶이 나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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